주식투자관련

어림짐작의 유용함

EZdaily 2020. 5. 23. 01:05
반응형

 계량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해서 우리 주변의 상황을 정확하고 작은 오차까지 계산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려면 시간도 걸리고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능하지 않다. 대신 손에 닿는 데이터로 대충 어림짐작을 해 보는 정도로만 분석해서 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만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두는 것이 투자에 있어서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증시의 하루 거래 대금이 10조를 돌파했다가 최근에 많이 줄어들어 2013년 일평균 거래 대금은 5조 근처였다. 거래 대금 5조 원을 가정하고 누가 얼마를 뜯어 가는지 한번 가늠해 보자. 

 1년 거래 대금은 약 1240조 원 정도 추산할 수 있다. 평균 거래 수수료를 0.05% 근처로 잡고 매수자 매도자 모두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1.25조, 매도자만 부담하는 세금 0.3%로 빠져나가는 돈은 3.75 정도 된다. (미국은 이 세금이 없고 연말에 주식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낸다) 여기에 펀드 투자자들은 운용 보수, 판매 보수를 추가로 지급한다. 우리나라 펀드의 총규모를 300조 정도라 하고, 판매 보수, 운용 보수, 성과 보수를 합해서 평균 2%로 잡으면 6조 정도 된다. 이를 증권사, 운용사, 은행이 나누어 가지게 된다. 이런 어림셈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연 11조 근처로 추정할 수 있게 된다. 1년에 시가 총액의 1% 남짓한 금액이 세금과 비용으로 빠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식 중에는 전혀 거래를 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기업의 대표나 임원 지분, 장기 보유자의 지분, 일부 연기금이나 기관 등의 장기 보유 주식 등은 전혀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들의 비중을 대략 반 정도로 잡으면, 이들은 전혀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므로 주식 거래자들은 보유 금액의 2% 정도를 세금과 비용으로 무는 셈이다. 만만치가 않은 일이다. 이런 어림셈이 정확하게 맞기야 하겠는가. 그렇지만 어림셈은 대략적인 판의 구조를 아는 데 도움이 된다. 

 2011년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는 15조 달러를 돌파해 미 국내 총생산 대비 100%를 넘겼다. 2012년 말에는 16조 3400억 달러로 9% 정도 증가했다. 연방 정부의 2012년 지출은 3조 5000억 달러, 수입은 2조 4500억 달러로 1조 1000억 달러 적자로 추정을 한다. 생각해보지 않으면 이 수치들은 그냥 단순한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가늠해 보자. 다양한 미국 국채의 이자부담은 연방 정부 1년 수입의 10% 근처이다. 부채의 크기를 보면 2011년 한 해 동안 부채는 9.5% 늘었고, 2012년은 8.9% 늘었다. 부채 증가율 9%로 가정할 때 2019년 말이면 부채는 30조 달러 근처가 된다. 미 경제 평균 성장률을 2.5%로 잡으면 2019년 말 GDP 수준은 고작 17조 4000억 정도가 된다. 그러면 GDP 대비 부채는 170%를 넘기게 되고, 이것은 2012년 기준으로 사실상 부도 상태인 그리스의 GDP 대비 부채율(160%) 보다 높다. 이처럼 어림셈은 뉴스나 자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주게 된다. 

 어림셈은 투자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는데, 다시 또 예를 들자면 주가 순자산 비율 PBR이 8배이고 주가 수익 비율 PER이 40배인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면, 해당 기업이 얼마나 성장해야 주가가 합리적인 것인지 어림셈으로 계산해 보도록 하겠다. 해당 종목에 투자해서 연 12%의 수익을 기대한다면 10년 후에 시가 총액은 현재의 3.1배가 되어야 한다. 순익이 10년간 연평균 30%의 기하급수로 성장해야 10년 후 PER 9배, PBR 2배가 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10년간 순익이 30%의 기하급수로 초고성장을 하는 회사는 보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드문 고성장을 전제로 해야 가능한 주가 수준임을 어림셈으로도 알 수 있다. 

 워런 버핏 같은 사람이 주식의 투자 가치를 평가할 때도 어림셈을 사용한다. 워런 버핏이 즐겨한다는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라는 것도 어림셈의 일종이다. 이처럼 어림셈 감각은 수리적 판단이 필요한 곳에서 제한된 데이터로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