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대부분 시간을 안타까운 상태에서 보낸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잠시 기뻤다가는 좌절하기를 반복한다.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순간에 느끼는 환희는 크지만 그리 길지는 않다. 그 순간부터는 그 ㅎ결 과정을 남들에게 전하기 위한 정리 작업에 들어간다. 정리 작업은 아무래도 문제 해결 과정보다 흥분도는 떨어지고 어떤 때는 몹시 스트레스를 준다.
젊은 시절의 과학자는 자신이 해 놓은 연구의 결과가 핫하고 유용하게 쓰이게 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학자라는 고상한 타이틀을 획득하기까지 바친 정열과 시간, 비용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믿는다. 슬프게도 과학자의 연구 업적이 그대로 인류에 기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대신 그 과정에서 훈련한 체계적 접근방식, 사고법, 시행착오, 불가능한 스케줄을 감당해 내는 능력, 이런 것들이 나중에 다른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장년의 과학자는 젊은 시절의 자신과 쏙 빼닮은 젊은 과학자들을 보면서 그들이 가진 이상주의에 아름다움과 허무함을 동시에 느낀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상주의를 거친 과학자가 그렇지 않은 과학자보다 이론적으로 견고한 기반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과학이 생각만큼 정확하지 않다는 것도 젊은 과학자의 자부심을 건드린다. 많은 과학 논문이 노이즈 속에서 가장 개연성이 높은 결론을 취한다. 이런 것을 못 견디면 노이즈가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수학자가 된다. 과학과 공학의 실체에 가까이 가 보면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분이 노이즈와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과 사회가 노이즈로 엉킨 지저분한 장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자부심이나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고, 세상이 근본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과학이 치열하게 엄밀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과학과 공학은 어림짐작이다. 과학의 기본을 이루는 물리학조차 시작부터가 어림셈이다. 원자 자체가 전자들의 통계적 움직임으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인간도 확률적으로 대사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존재한다. 반도체 디자인 기술이 발달해서 현재 선폭이 20 나노미터를 조금 밑돈다. 머리카락 굵기의 2000분의 1 정도이다. 컴퓨터 작동의 가장 말단은 이런 회선에 전자가 채워졌다 빠졌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회선이 두꺼울수록 많은 전자가 관여하고, 가늘수록 작은 수의 전자가 관여하게 되어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을 적게 소모한다. 대신 전자가 움직이는 확률적 견고함에 의존하는 반도체 회로에서 에러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이 확률은 미미하지만 워낙 셀 수 없이 많은 횟수로 작동하므로 극미의 확률도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게 된다. 컴퓨터는 점점 운 좋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생물체를 구성하는 DNA는 1% 미만의 유용한 정보(EXON)와 99% 이상의 노이즈(INTRON)로 구성되어있다. 정상적인 인간의 몸에서도 쉴 새 없이 암세포가 만들어진다. 대부분은 세력화되지 못하고 죽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생활 습관, 생활환경에 의해 확률적으로 어떤 상황이 만족되면 암으로 진화한다.
마찬가지로, 주식 투자 공학도 확률 게임이다. 시장은 상식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장기적 현상이 단기적 현상보다 대체로 확률적 견고함이 높다. 앞에서 언급한 컴퓨터 원자 인간 반도체보다 훨씬 취약한 확률적 견고함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이 노이즈를 제공하고 투기를 부른다. 이런 확률적 불안함으로 인해 생기는 노이즈, 인간의 인지적 오류와 불합리성이 초과 수익의 기회를 제공한다. 클로드 섀넌은 아예 노이즈 속에 숨어 있는 정보의 크기를 재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학문을 만들어 냈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통신, 즉 정보이론이다. 크게 보면 확률적 게임이 되는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은 운 좋게 수익은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운 좋게라는 표현이 단순이 우연히라는 의미는 아니다. 제대로만 하면 운의 크기를 자신이 미리 결정할 수 있다. 이 분야의 가장 큰 매력이 이 부분에 있다. 원자가 정상적으로 존재하거나 컴퓨터가 제대로 돌아갈 만큼의 확률적 크기로 운 좋게 승리하는 투자를 한다면 돈을 못 벌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식 시장에서 다루는 확률은 50% 근처의 확률이 대부분이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행동하는 행태는 근본적으로 승률이 40%도 안 되는 방식이다. 한국 증시에서 50%의 승률은 손실을 의미한다.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고 세금과 거래 수수료 부담만 고려해도 그렇다. 50%를 압도적으로 웃도는 확률적 마진을 확보한 다음 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 펀드를 맡겨도 운에 맡기는 것은 똑같으므로 불안해서 확률게임으로 돈 벌기 힘든 사람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을 궁리해야 한다. 1회당 수익과 손실의 평균 크기가 같다면 평균 60%의 승률은 대단한 것이다. 이런 확률적 우위를 찾아내는 전략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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