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산 투자에 대한 착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분산 투자를 하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실제로 한 종목을 사는 것보다 여러 종목으로 나누어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다. 비슷한 매력을 가진 종목이 여럿 있으면 한 종목을 사는 것이나 여러 종목을 사는 것이나 산술 평균 수익의 기대치는 같다. 하지만 여러 종목으로 나누어 사면 변동성이 더 작아진다.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산술 평균은 같은데 변동성이 더 작으면 기하 수익이 더 높아 수익이 더 커진다. 이러한 분산 투자와 관련된 병동성 이외에 또 한 가지 중요한 변동성이 있는데 바로 시간에 따른 변동성이다. 분산 투자를 한다는 일반 투자자들도 시간에 대한 변동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종목을 사더라도 하루에 다 사는 것보다 여러 날에 걸쳐서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다. 이평선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매일매일 주가보다 이평선이 훨씬 부드럽다. 이것은 1년에 한 번 주식을 사는 것보다 오랫동안 나누어서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평선은 최고점에 있어서는 개별 주가보다 낮고, 최저점에 있어서는 개별 주가보다 높다. 개별 주가의 전체 평균과 이평선의 전체 평균은 거의 일치한다. 산술 평균 수익은 둘이 같은데 변동성은 이평선이 작다. 이런 성질이 복리 수익을 높여 준다.
2. 주식 시장의 신화와 해학
과학이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던 시대에는 제사장의 말이 곧 과학이었다. 그런데 컴퓨터와 과학이 이렇게 발달한 21세기에도 금융계에서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느낌에 의한 접근법이 통하고 있다.
마이클 루이스는 그의 책 부메랑에서 과도한 신용 팽창으로 쓰러진 아이슬란드를 국가의 탈을 쓴 헤지 펀드라고 했다. 거기에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2004년에 아이슬란드에서 제련 공장 건설에 착수한 알코아는 앨프 요정 때문에 골치 아픈 문제에 직면했다고 한다. 그들은 민속 문화의 영향으로 제련소 부지의 땅 아래나 위에 앨프 요정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했다. 그 입증 방법이 황당했는데, 전문가를 고용해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의 전문가란 뻔한 사람들 아니겠는가? 우리로 치면 무속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제도권의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 분야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렇듯 황당한 일들이 존재한다.
놀라운 사실은, 현재에도 신화에 불과한 믿음들로 가득 차있었다. 예를 들면 시장에서 의심 없이 인용하는 이평선 돌파, 골든크로스와 데드크로스, 볼린저밴드 이탈 등의 예후는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대부분 시중의 믿음과는 맞지 않는다. 시장에서 신봉되는 캔들 패턴 대부분도 적중률이 평균 51%로 눈감고 찍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인 금융 분야에서 이런 엉성한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과 CAPM(자본자산 가격 결정 모델) 스토리에 비하면 위에서 든 예들은 약과다. 효율적 시장 가설 학파의 태두인 MIT 교수 폴 사무엘슨은 1970년 노벨상을 받았고, 이 학파의 대표적 산출물 중의 하나인 CAPM 모델을 만든 스탠퍼드 대학 교수 윌리엄 샤프는 1990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CAPM은 현대 재무 경제학의 중심 이론이다. 적어도 1966년부터 CAPM 모델의 타당성을 의심케 하는 연구들이 발표되어 왔지만 노벨상 위원회는 1990년에 이 이론의 대표인 샤프에게 경제학상을 수여했다. 한편에서는 일군의 플레이어들이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는 사이, 이 학파는 이것은 순전히 운에 의한 것이고, 실력으로 시장 수익을 초과하는 수익을 낼 방법은 없다는 복음을 전파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1992년에 효율적 시장 가설 학파의 산파 격인 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마가 실증적 검증 결과 CAPM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스스로 사망 선고를 내렸다. 이처럼 문제는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가 실험을 해 보지 않았고 실험적 결과를 접할 기회도 없어 대충 짐작으로 말해도 통한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발달로 웬만한 데이터는 개인 수준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직접 확인해 보지 않았거나 누군가가 실증적으로 확인한 결과를 보지 않고 투자 전략을 결정하는 관행은 이제는 화석 같은 존재로 물러앉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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