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시겔은 그의 멋진 책에서 여러 지표를 기준으로 투자했을 때 결과가 어떤지를 명쾌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의 1926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주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보면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평균 수익률이 높았다. 1957년부터 2006년까지의 데이터로 한 실험에서는 PER(시가 총액과 순익의 비율)이 높은 주식보다는 낮은 주식이 평균 수익률이 높았고, PBR(시가 총액과 순자산의 비율)이 높은 주식보다 낮은 주식이 수익률이 더 높았으며, 배당 성향이 높은 회사가 배당 성향이 낮은 회사보다 평균 수익률이 높았다. 나의 팀에서 한국 주식에 대해서도 유사한 실험을 해 보았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참고로 재무적 지표들이 주식의 수익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를 소개했는데, 오늘 이 글에서는 맛보기로 이들 중 PBR 수치의 높고 낮음을 기준으로 전체 주식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서로 얼마나 다른 특성을 보이는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제레미 시겔은 PBR이 낮은 주식을 가치주, PBR이 높은 주식을 성장주라고 정의하였다. 나는 대신에 비 인기주, 인기주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주식들을 두 그룹을 나누는 기준은 PBR 1을 기준으로 하였다. PBR 1 미만인 주식은 시가 총액이 장부 가치에 못 미치니 대체로 인기가 없는 주식이고, PBR 1 이상인 종목은 시가 총액이 장부 가치 이상이니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는 주식이다. 내가 실험해 본 결과 이 두 그룹은 판이하게 다른 특성을 보였다. 여기서 1을 기준으로 나눈 것은 그냥 편의상 그렇게 한 것일 뿐이고 얼마든지 다른 기준을 세울 수 있다.
2000년부터 12년간 우리나라 주식들의 역사적 PBR 중앙값은 0.91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기주들은 비 인기주들에 비해 상승 압력이 훨씬 약했다. 여기에는 이런 단순한 분류로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있다. 다시 더 자세히 확인해보자.
1년 동안 경험하는 상승/하락 확률을 인기주와 비인기 주로 나누어 비교하였다. 10% 이상 상승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82, 비 인기주 0.87로 비인기 주가 5% 포인트 높다. 30% 이상 상승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55, 비 인기주 0.66으로 비인기 주가 무려 11% 포인트나 높다. 2배 이상 상승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18, 비 인기주 0.28로 역시 비인기 주가 10% 포인트 높다. 일관되게 비인기 주의 상승 가능성이 훨씬 높다. 9% 이상 하락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88, 비 인기주 0.78로 인기주가 10% 포인트 높다. 23% 이상 하락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7, 비 인기주 0.5로 인기주가 무려 20% 포인트나 높다. 반 토막 이상 하락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35, 비 인기주 0.16으로 역시 인기주가 19% 포인트나 높다. 인기주는 비 인기주에 비해 상승 확률은 낮고 하락 확률은 높다. 특히 반 토막 이상 하락을 경험한 빈도는 인기주가 비인기 주보다 2배 이상 높다.
첫 6개월 : 6개월 동안 경험하는 상승/하락 확률을 인기주와 비인기 주로 나누어 비교하였다. 10% 이상 상승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77, 비 인기주 0.82로 비인기 주가 5% 포인트 높다. 30% 이상 상승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45, 비 인기주 0.53으로 비인기 주가 8% 포인트 높다. 2배 이상 상승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11, 비 인기주 0.15로 비인기 주가 4% 포인트 높다. 비인기 주의 상승 가능성이 일관되게 높다. 9% 이상 하락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84, 비 인기주 0.73으로 인기주가 11% 포인트 높다. 23% 이상 하락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59, 비 인기주 0.4로 인기주가 19% 포인트나 높다. 50% 이상 하락을 경험할 확률은 인기주 0.2, 비 인기주 0.09로 인기주가 두 배 이상 높다. 인기주의 하락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이 수치들은 시장에서 대중에게 관심을 많이 받는 주식들이 상대적으로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위의 실험들은 각 기간 내에 상승이나 하락을 경험할 확률이다. 즉, 그 기간 내에 종가 기준 최고가와 최저가에 관한 것이다. 인기주는 3개월 후, 6개월 후, 1년 후 상승폭이 각각 평균 -1.71%, -2.9%, -4.8%로 모두 하락하였다. 반면 비 인기주는 33개월 후, 6개월 후, 1년 후 각각 평균 6.1%,12.7%,23.5% 상승하였다. 차이가 나도 많이 난다. 다른 특별한 이유 없이 인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종목을 선택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좋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데이터로는 인기주보다는 비인기 주가 더 수익률이 좋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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