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관련

시장 관찰

EZdaily 2020. 5. 2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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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주식을 사고 나면 1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52주 고점을 형성한 주식의 예후는 어떻게 될까? 상한가를 기록한 주식의 예후는 어떨까? 오래전부터 이런 것들을 비롯해 다양한 통계적 실험을 했다. 이런 실험을 해 본 데에는 중요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 질문 자체에 대한 답이 궁금했고, 둘째는 나의 팀이 만드는 알고리즘 투자 시스템에 사용할 기본적 빌딩 블록으로 유용한 후보를 찾기 위해서였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내용은 2000년 1월부터 12년간의 우리나라 증시에 대해 계량적 실험을 한 것이다. 지난 12년간 일어난 통계적 성질이 앞으로 계속 일어나리란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지난 12년간 보였던 어떤 선명한 현상은 앞으로 10년간 반대 방향보다는 일관된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런 데이터로부터 무엇을 얻느냐는 개안의 능력과 관심의 크기에 달려 있다. 수치적 실험을 해 보면 주식 시장이 얼마나 불합리한 상태에 놓였던 적이 많았는지, 얼마나 수익의 기회가 많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수치적 조사 결과 하나하나가 반드시 투자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이런 작은 블록들이 모여 하나의 추상화된 산출물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추상화된 산출물들은 다시 집합하여 더 높은 추상적 산출물을 만든다. 마치 우리의 사고 과정이 겹겹의 추상화 레벨을 누적시켜 가듯, 투자 알고리즘도 그렇게 진화하게 된다.

앞으로의 시장은 알고리즘들의 전쟁터가 될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이러한 알고리즘을 만들 수는 없지만 이런 조그만 빌딩 블록들을 이해하는 것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투자 운명을 좌우할 장기적 미래가 확률에 따라 움직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고 시장에서 느긋하게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데카르트와 뉴턴 방식의 사고에 젖은 현대인들은 사물을 쪼개고 쪼개 들어가면 결국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을 거라 상상하고는 한다. 모든 현상에 대해 결정론적인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뉴런의 화학적 교신을 분석해서 사람의 생각을 알아낼 수 있다는 낭만적 주의자도 있다. 그 위에 열 겹도 더 되는 추상화의 단계를 거쳐야 실체가 드러날 사고 작용의 비밀을 말단의 분자 레벨에서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며 유명한 수학 프로그램 매스매티카를 만든 천재 스티븐 울프람은 문지기의 꿈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무식한 낭만 정도가 된다. 

주식시장은 이런 낭만을 기대하는 문지기의 꿈들로 가득하다. 모든 것을 다 아는 투자의 신이 있다고 기대한다. 그래서 시중에는 백발백중 모드의 사이비 투자 교주들이 먹고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시장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하고 어떤 성공적인 투자든 그 과정에는 상당한 실패가 혼자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투자는 확률 게임이고, 수리적 게임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투자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키워드는 수리적 능력, 데이터 처리, 최적화 기법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최적화 기법을 구사할 수는 없겠지만, 공부를 통해 수리적 마인드를 가질 수는 있다. 경우에 따라서 조그만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작업 정도는 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얻은 실험 결과들을 소개함으로써 그런 결과물들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미국 헤지 펀드들은 매니저들에게 여유 시간에 포커를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포커에서 발생하는 확률적 전개와 잔고의 변화가 주식 투자의 운용 전략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포커를 칠 때 놀라운 것은 각 패가 만들어질 확률을 알고 게임에 임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세븐 카드 포커를 예로 들면 우선, 다섯 명이 게임을 한다고 가정하고 가장 중요한 몇 가지 통계부터 살펴보자면 모든 선수에게 무조건 7장씩 돌리면 전체 게임 중 9%는 원 페어가 1등, 35%는 투 페어가 1등이다. 즉 44%가 투 페어 이하로 이긴다는 말이다. 트리플 이상을 잡으면 1등 할 확률이 평균 75%가 된다. 투 페어 중 가장 높은 A-투 페어의 승률은 평균 47%, k-투페 어는 40%, J 투 페어는 29%, 10 투페 어는 22% 정도이다. 다섯 명이 게임을 한다면 승률 20%을 넘으면 확률적 우위가 있으니 9-투 페어가 경계선 근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한 확률을 기반으로 운용 전략을 세워도 승률이 조정된다. 

일반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투 페어 12가지가 다 같은 확률을 가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높은 투 페어일수록 출현 빈도가 더 높다. 12가지의 투 페어 중 하위 1/2를 차지하는 3-투 페어부터 8-투 페어까지는 전체 투 페어의 27%밖에 안된다. 투 페어 중 54%는 J-투 페어 이상이다. 가장 높은 K-투 페어와 A-투 페어가 거의 30%를 차지한다.

포커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하는 이유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이런 수치적 결론을 여럿 갖고 있는 선수와 대충 느낌으로 하는 선수는 상대가 안된다는 점이다.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는 봉이다. 포커에서도 이런 점이 있는데 하물며 주식판에서는 어떨까.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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