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서 평균적인 행동이 가장 비합리적인 집단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그들은 지식과 경험이라는 면에서 가장 덜 갖추어진 집단이다. 그래서 대부분 그들의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보다 많이 밑돈다. 그렇지만 이들은 시장에 아주 생산적인 기여를 한다. 이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은 시장에 노이즈를 제공한다. 잦은 거래로 국가에는 세금을, 증권사에는 수수료를 선물한다.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시장이 역동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순수하게 공익적인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투자자, 즉 공익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시중의 용어로는 봉이 되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돈을 희생시킨다는 말이다.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몰론, 공익을 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개인은 당연히 없다. 그렇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98%쯤의 개인 투자자는 공익 투자자로 자신의 투자 경력을 마무리한다. 어설픈 투자자들이 어떤 종목을 사고파는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자., 아래 나열하는 이유 중 많이 해당될수록 순도 높은 공익 투자자가 된다.
사는 이유
- 삼성전자는 예전에 150만 원을 넘는데, 지금 삼성전자는 5만 원도 안된다. 너무 지나치게 차이가 나는 것 같아 삼성전자를 샀다.
- 주식이 510원으로 거의 액면가밖에 안 되어서 샀다.
- 지난달에 비해 30%나 떨어진 게 지나치다고 생각해서 샀다.
- 투자의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이 종목 A를 사라고 권유해서 샀다.
- 아침 신문에서 정유, 화학 업종이 좋다고 해서 화학주를 샀다.
- 차기 대선 테마주라고 상한가를 치기에 더 오를 것 같아 샀다.
- 지난번에 주식 A를 팔고 나니 오르기에 억울하게 생각하다가 마침 판 가격으로 다시 돌아와서 샀다.
파는 이유
- 사고 나서 30%나 내려서 마음고생했는데 산 가격을 회복하기에 미련 없이 팔았다.
- 내가 사고 나서 한 달간 종합지수가 200포인트나 올랐는데 내 주식은 전혀 안 올라서 팔았다.
- 내가 사고 나서 10% 올랐는데 제자리로 돌아갈까 봐 팔았다.
- 투자의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이 자기는 그 업종에는 별 매력을 못 느낀다고 해서 팔았다.
- 아침 신문에서 정유, 화학 업황이 안 좋다고 해서 화학주를 팔았다.
- 주식이 150만 원을 넘어 다른 종목에 비해 너무 비싼 것 같아 팔았다.
위의 시점에서 사고 판 것이 반드시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판 이유가 틀렸다는 점이 알아야 할 포인트이다. 우선, 주식이 현재 얼마인가 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발행 주식수가 적으면 한 주당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고, 발행 주식 수가 많으면 쌀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액면가라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 10대 1로 액면 분할을 하면 10만 원 하던 주식이 갑자기 1만 원이 된다. 10대 1로 액면 병합을 하면 10만 원 하던 주식이 갑자기 100만 원이 된다. 미국 주식은 액면가의 개념이 아예 없다. 액면가 없이도 주식 시장은 전혀 불편하지 않게 돌아간다.
주식의 가격은 의미가 없고 중요한 것은 시가 총액이다. 시가 총액을 보아야 한다. 미래가 밝으면 시가 총액이 장부 가치에 비해 다소 높게 형성되는 것이 적당하고, 미래가 불안하면 다소 낮게 형성되는 것이 적당하다. 그런데도 많은 투자자들이 어떤 주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 얼마인데 이다. 정보로서의 가치가 별로 없다. 업황에 따라서도 주식 가격이 변동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업황이 나빠도 어떤 주식은 매력적인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사고파는 공익 투자자들은 몇 번은 운 좋게 이익을 맛볼 수 있지만, 오래 하면 거의 100% 가까운 확률로 손해를 보게 된다. 자신의 재산과 정신 건강을 희생하면서 시장에 활기와 노이즈를 제공하는 훌륭한 사람들이다. 본인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지만,
다시 한번 포커 판의 속담을 상기하자. 포커 판에서 누가 봉인지 알 수 없다면 자리를 뜨자. 당신이 봉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주식 시장에서 봉들로 인해 일어나는 비합리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면 시장을 뜨라. 당신이 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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